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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h Godin — AI 시대, 열린 네트워크는 왜 닫히는가

2026년 9월 18일 • Article • 약 7분 읽기

원문: https://seths.blog/2026/09/an-end-to-fully-open-networks/ | Seth Godin, 2026년 9월 5일


핵심 요약

세스 고딘은 전화와 이메일이 번성한 이유가 누구나 누구에게나 연락할 수 있는 ‘허가 없는 연결’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AI, 클라우드, 인터넷 전화가 발신 비용을 거의 0으로 만들면서 그 개방성은 수신자의 시간과 주의를 일방적으로 소모시키는 구조가 됐다. 그의 결론은 단순한 스팸 차단이 아니라, 발신자에게 비용을 부과하고 신원·평판을 축적하게 하는 새로운 접속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열린 네트워크가 만들어 낸 뜻밖의 자산

‘아는 사람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는 세계에서는 새로운 거래도, 낯선 협업도, 작은 창업자의 고객 획득도 어렵다. 고딘이 전화와 이메일을 예로 든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는 상대의 허락을 미리 받지 않아도 도달할 수 있는 공용 진입로였고, 그 위에서 정보와 상거래, 문화가 빠르게 커졌다. 플랫폼 하나가 모든 사람을 소유하지 않아도 프로토콜만 공유하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인터넷의 가장 강력한 발명 중 하나였다.

다만 이 체계는 처음부터 완전히 공짜였던 것은 아니다. 우표에는 돈이 들고, 과거의 전화에는 가입·통화료·사람의 시간이 들었다. 고딘은 이 작은 마찰이 무질서를 막는 안전장치였다고 본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100만 통 보내려면 발신자도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당해야 했기에, 무작위 접촉의 기대수익이 제한됐다. 개방성은 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용의 단가가 높아서 유지된 셈이다.

AI가 바꾼 것은 글의 질보다 발신의 경제학이다

오늘의 문제는 ‘AI가 만든 문장이 어색하다’는 데 있지 않다. 생성형 AI는 수신자의 이름, 회사, 최근 게시물까지 넣은 그럴듯한 영업 메일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음성 복제와 자동 발신, 값싼 도메인·계정 생성이 결합하면 공격자는 한 번의 실패에서 거의 배우지 않아도 된다. 반면 수신자는 매번 읽고, 의심하고, 삭제하거나 신고해야 한다. 비용은 발신자가 아니라 수신자에게 누적된다.

이 비대칭은 조직에서 특히 크다. 개인에게는 하루 수십 건의 문자와 메일이 귀찮음일 수 있지만, 채용·영업·고객지원·보안팀에는 판단 비용과 피싱 위험, 진짜 문의를 놓칠 위험으로 전환된다. 결국 사람들은 알림을 끄고, 공개 전화번호를 내리고, 모르는 발신자의 요청을 기본적으로 거절한다. 고딘의 ‘열린 네트워크의 종말’은 인터넷 선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기본값이 ‘차단 후 예외 허용’으로 바뀐다는 진단이다.

해법은 담장이 아니라, 책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고딘이 제안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는 발신 비용, 둘째는 신원과 평판의 층이다. 비용은 반드시 현금일 필요가 없다. 발신 속도 제한, 계산 작업, 보증금, 기존 관계의 추천, 수신자의 거절에 따라 잃는 신뢰 점수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핵심은 무한히 많은 가짜 신원을 만들거나 무차별 발송하는 일이 사업성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을 내는 사람만 말할 수 있게 하자’는 처방은 곧바로 좋은 제도가 되지 않는다. 돈과 신분증, 강한 실명 인증은 스팸을 줄일 수 있지만, 신규 창업자·활동가·익명 제보자·신분 노출이 위험한 사람까지 문턱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설계는 발신자 전체에 같은 벽을 세우기보다 위험에 비례해 마찰을 높여야 한다. 처음 보는 계정은 제한적으로, 검증된 거래 관계는 쉽게, 대량·고위험 행동에는 더 큰 책임을 지우는 식이다. 또한 평판은 한 기업의 로그인 계정에 갇히지 않고, 사용자가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반응이 보여 준 진짜 쟁점: 누가 문을 관리할 것인가

이 글에 달린 반응은 고딘의 문제 진단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처방의 권력 문제를 짚었다. 한 독자는 이미 공개 전화번호를 웹사이트에서 내리고 먼저 문의 양식을 거치게 했다고 말했다. 수신자가 스스로 마찰을 되돌려 놓는, 작지만 현실적인 변화다. 또 다른 반응은 신뢰 가능한 신원과 휴대 가능한 평판을 갖춘 개방형 프로토콜이 더 낫다고 보았다.

반론도 중요하다. 일부는 벨 시스템의 역사가 ‘자발적 개방’보다 규제와 독점 해체의 결과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신원 계층을 거대 플랫폼이 구축할 경우, 스팸 문제는 해결해도 연결의 관문을 사기업 하나가 장악할 수 있다. 실제 반응에서도 “누가 게이트를 만들 것인가”가 가장 날카로운 질문으로 등장했다. 문을 세우는 기술보다,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문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해커 뉴스의 ‘발신자에게 작업을 시키는 받은편지함’ 논의는 고딘의 직관을 제품 수준으로 옮긴 사례다. 개인화된 메시지조차 AI가 거의 비용 없이 만들어 내면서, 예전에는 진정성의 신호였던 ‘정성’이 더는 신뢰할 만한 필터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작업증명이나 소액 결제만으로는 조직화된 사기 집단을 막기 어렵고, 정상적인 대량 발신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비용·평판·수신자 선택권·사후 제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와 사업자에게 남는 질문

이 변화는 메신저, 문자, 이메일을 고객 접점으로 쓰는 모든 사업에 해당한다. 앞으로 경쟁력은 ‘더 많이 보내는 자동화’보다 ‘왜 이 메시지가 이 사람에게 필요한지 즉시 납득시키는 신뢰’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수신 동의, 명확한 발신자 표시, 쉬운 거부, 축적된 응답 이력은 법무 절차 이상의 자산이 된다. 개인도 연락처를 완전히 닫거나 완전히 열어 두는 이분법 대신, 목적별 주소·문의 경로·신뢰 수준을 나누는 습관을 갖게 될 것이다.

고딘의 글은 다소 단호하게 종말을 말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개방성의 ‘재가격화’일지 모른다. 누구나 연결될 수 있다는 약속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주의를 공짜 원료처럼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 균형을 공공 프로토콜과 경쟁 가능한 서비스, 투명한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는지가 AI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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