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seths.blog/2026/05/value-creation-bullshit-jobs-and-the-future-of-work/ | Seth Godin, 2026년 5월 21일
핵심 요약
Seth Godin은 AI가 일자리를 없애는가라는 질문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만든다고 인정받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쓸모없는 일' 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조직 안에서 어떤 일은 외부인이 보기보다 복잡한 가치와 안정성의 기능을 갖는다고 본다. 다만 AI가 반복 업무를 더 싸고 빠르게 처리하게 되면, 개인에게 필요한 전략은 현재 직무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와 함께 더 분명한 가치를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AI 논의의 출발점을 일자리 수가 아니라 가치로 바꾸기
AI와 노동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질문은 "몇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가"다. 이 질문은 직관적이지만 곧 막다른 길로 간다. 사라질 직업 목록을 뽑는 순간 논의는 공포와 반박으로 갈라지고, 실제로 기업 안에서 어떤 일이 왜 남고 왜 사라지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Godin의 글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질문을 살짝 비트는 데 있다. 그는 일자리를 고정된 물건처럼 보지 않고, 누군가가 임금을 지급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계약으로 본다.
이 관점에서는 "쓸모없는 일"도 단순하지 않다.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말한 의미에서 당사자가 자기 일을 공허하게 느끼는 현상은 분명 현실이다. 보고서를 만들지만 아무도 읽지 않고, 회의에 참석하지만 결정은 이미 나 있으며, 규정 준수를 위해 형식만 채우는 업무는 많은 조직에서 익숙하다. 그러나 Godin은 외부인이 어떤 일을 무가치하다고 판정하는 태도에도 조심스럽다. 그 일이 이익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조직의 리스크를 줄이거나, 권한 구조를 안정시키거나, 고객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거나, 관리자에게 통제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불편하지만 중요하다. 직장인이 느끼는 무의미함과 조직이 계산하는 효용은 같은 언어가 아니다. 개인에게는 허무한 일이 회사에는 보험처럼 보일 수 있고, 사회 전체로는 낭비처럼 보여도 특정 의사결정자에게는 합리적 비용일 수 있다. 그래서 AI가 바꾸는 것은 "쓸모없는 일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일을 유지하는 비용과 명분의 균형이다.
더 작은 조직이 지위가 되는 시대
Godin이 제시하는 가장 날카로운 예측은 기업의 지위 신호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큰 조직, 많은 인력, 넓은 사무실이 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AI가 일정 수준의 문서 작성, 분석, 고객 응대, 코드 생성, 검색과 요약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 CFO와 경영진은 같은 산출물을 더 적은 인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이때 "인원이 많다"는 자랑이 아니라 "인원이 적은데도 빠르다"가 새로운 경영 미덕이 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은 불황이 오면 해고를 하고, 호황이 오면 다시 고용한다. 그런데 AI가 결합되면 해고 후 회복 국면에서도 예전만큼 같은 역할을 다시 채우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업무가 사라졌다기보다 업무 묶음이 재조립된다. 예전에는 주니어 직원, 운영 담당자, 외주 업체, 관리자에게 나뉘어 있던 일이 AI 도구를 다룰 수 있는 소수의 숙련자에게 붙을 수 있다.
물론 이 변화가 곧바로 생산성 천국을 뜻하지는 않는다. 커뮤니티 반응에서도 이 지점이 가장 크게 갈린다. Reddit의 AI 일자리 논의에서는 "AI가 완벽하지 않아도 비용 절감분이 오류 비용보다 크면 기업은 도입한다"는 냉정한 반응이 있는 반면, "관리자가 실제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채 AI 환상만 보고 해고를 결정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r/changemyview의 한 토론에서는 AI 이후에도 사회 안정용으로 더 많은 형식적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반대 댓글들은 자본주의 기업이 일부러 급여 낭비를 늘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 반응들은 Godin의 글을 보완한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과 대체해도 되는 일은 다르다. 그러나 기업의 예산표는 대개 "가능한가"보다 "충분히 싼가"에 먼저 반응한다. 사용자가 품질 저하를 감수하고, 고객이 가격을 더 중시하며, 내부 오류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영역이라면 불완전한 자동화도 빠르게 침투한다.
제번스 역설과 더 많은 일의 가능성
Godin은 비관론만 말하지 않는다. 그는 제번스 역설을 가져와, 어떤 기술이 더 효율적이 될수록 사용량이 줄기보다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석탄 사용 효율이 올라가자 석탄 소비가 줄지 않고 더 많은 용도가 생겼던 것처럼, AI가 코드 작성이나 콘텐츠 제작의 단가를 낮추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총량은 더 늘 수 있다.
이 관점은 개발자와 지식노동자에게 특히 중요하다. AI가 어떤 작업을 빠르게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그 직군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작업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더 많은 실험, 더 작은 프로젝트, 더 좁은 고객군을 위한 제품이 가능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예산이 부족해 만들 수 없던 내부 도구, 지역 사업용 소프트웨어, 개인화 교육 자료, 소규모 미디어가 경제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낙관에는 조건이 붙는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그대로 붙들고 있으면 협상력은 약해진다. 반대로 기계를 지렛대로 삼아 문제 정의, 고객 이해, 품질 판단, 책임 있는 선택, 관계 형성 같은 영역을 확장하면 새 가치가 생긴다. Godin이 말하는 회복력은 단순히 새 도구를 배우라는 말이 아니다. 누가 어떤 문제를 절실하게 갖고 있는지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한국의 조직에도 남는 질문
이 글을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입하면 질문은 더 구체적이 된다. 많은 조직은 여전히 긴 보고 라인, 결재 문서, 회의 중심의 조율, 직급별 승인 절차에 의존한다. 이런 업무는 바깥에서 보면 낭비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책임 회피와 리스크 분산, 이해관계 조정의 장치로 작동한다. AI가 문서 작성과 요약을 자동화하면 이런 절차가 사라질까, 아니면 더 많은 문서와 더 빠른 보고를 낳을까.
가능성은 둘 다 있다. 좋은 조직은 AI 덕분에 형식적 마찰을 줄이고 실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나쁜 조직은 AI로 더 많은 보고서와 더 촘촘한 감시 체계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의 전략만큼이나 조직의 설계가 중요하다. "AI를 도입했다"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도구가 고객 가치에 가까운 일을 늘리는지, 아니면 내부 명분 생산을 자동화하는지 봐야 한다.
Godin의 결론은 냉정하지만 실용적이다. 소비자는 과거의 직무 구조를 보존해주기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 조직도 오래된 역할을 존중한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에게 남는 질문은 "내 일이 안전한가"가 아니라 "나는 누구의 어떤 가치를 더 분명하게 만들고 있는가"다. AI 시대의 일은 직함보다 연결성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를 가진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인정할 만한 결과를 만들고, 기계가 만든 산출물 위에 판단과 책임을 더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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